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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암 치료, 방사성...

꽂지 2024. 10. 3. 22:53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항암 신약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방사성의약품(RPT)’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사성의약품은 암세포만을 겨냥해 사멸시킨다는 점에서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가속기와 동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두 치료법이 만나 시너지를 내면 효과적인 암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7조2000억원 규모였던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10.2%씩 성장해 오는 2032년 약 18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방사성의약품은 암이나 질환을 유발하는 세포를 추적해 사멸시키는 물질과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한 약물이다. 방사선 동위원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질환 진단부터 치료까지 다방면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방사성 물질을 체내에 직접 투입하기 때문에 암세포가 전신에 퍼진 전이성 암이라도 암세포만 제거해 부작용은 적고, 치료 효과는 높다는 장점이 있다.

새로운 암 치료제로 떠오르는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업계의 경쟁은 치열하다. 스위스 노바티스는 지난 2018년 신경내분비 종양 치료제 ‘루타테라’에 이어 2022년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를 출시했다. 플루빅토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지난해 1조3000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대형 품목으로 성장하면서 시장성을 입증했다. 오는 2028년에는 38억7000만달러(한화 약 5조원)까지 성장해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입지를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방사성의약품 개발 기업 인수도 줄을 잇고 있다.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은 지난해 12월 미국 레이즈바이오를,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3월 캐나다 퓨전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하면서 방사성의약품 신약 개발 대열에 합류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역시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사성의약품 전문기업 셀비온은 ‘Lu-177-DGUL’에 대한 임상 2상 투약을 내년 상반기에 완료하고, 같은 해 4분기 중 조건부 허가를 통해 제품을 조기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Lu-177-DGUL은 전립선암 환자의 90% 이상에서 나타나는 전립선 특이막 항원(PSMA)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로, 내성으로 인해 기존 약물 치료법이 무효한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퓨처켐의 경우 핵심 품목인 전립선암 치료제 ‘Lu177-FC705’의 임상 2상을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진행하고 있다. 임상 1상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경쟁 약물 대비 절반의 투여량으로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높은 치료 효과 가능성을 확인했다. 국내 2상은 오는 15일 열리는 유럽핵의학회(EMNA)에서 중간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 임상은 지난 5월 첫 환자 투여를 시작으로 임상이 본격화됐다.

SK바이오팜은 3대 차세대 모달리티(치료법) 중 하나로 방사성의약품을 꼽았다. 앞서 지난 7월 홍콩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와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SKL35501’의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SKL35501은 대장암, 전립선암, 췌장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수용체 단백질인 ‘NTSR1’(뉴로텐신 수용체)에 결합하는 저분자 약물이다. 내년 말 임상 1상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뒀다.

이어 SK바이오팜은 한국원자력의학원 등과 파트너십을 맺어 연구개발(R&D)과 핵심 재료 제조, 제품 생산까지 포괄할 계획으로 오는 2034년 FDA 승인을 바라보고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지난 8월30일 열린 IR 컨퍼런스콜에서 “방사성의약품 분야에서 2027년까지 파이프라인, 자체 R&D 플랫폼, 제조·생산 네트워크를 확보해 글로벌 RPT 플레이어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암 치료에 있어 방사성의약품과 중입자가속기가 만나 높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입자치료는 고정형 또는 회전형 치료기를 통해 탄소 이온을 빛의 속도의 70%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가속화시켜 에너지빔을 암 부위에 정밀하게 쏴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법이다.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치료 횟수를 절반가량 줄이고, 부작용과 후유증이 적다는 평가를 받으며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현재 연세의료원이 전립선암 초기 환자 치료에 집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됐거나 손쓰기 힘든 말기 암의 경우 중입자가속기로도 치료가 어렵다. 일본에서도 기본적으로 중입자치료는 국소 고형암에 국한해 활용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방사성의약품이 중입자가속기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중입자가속기는 초기 암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반면 셀비온의 Lu-177-DGUL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전신에 전이된 암에도 효과를 보였다”라며 “실제 세브란스병원 측에서 중입자가속기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방사성의약품을 사용할 때 협력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입자가속기와 방사성의약품은 암 치료에 있어 상호보완적인 관계다”라며 “방사성의약품 사용이 활성화되면 암환자들에게 확실한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사성의약품이 의료현장에 정착해 쓰이기까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는 “일반적으로 병원에 보관해두고 언제든 사용하는 의약품과 달리 방사성의약품은 매번 투여 때마다 환자·병원과 일정을 조율한 뒤 방사성동위원소를 주문하고, 일정에 맞춰 라벨링(표지) 해서 병원으로 운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면서 “제품 임상시험 승인부터 사용 허가까지 규제당국의 절차도 까다로워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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