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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특성

꽂지 2012. 7. 4. 12:41

 

 

신을 잘 안다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을 바르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성인이라도 자기 자랑은 하고 싶어 하고, 군자라도 자기 약점은 감추고 싶어 한다.

승산이 있다 해도 경쟁만은 부담스럽고, 확률은 적다 해도 재앙만은 꺼림직 하다.

남자는 지위가 오르면 세상을 내려다보고, 여자는 기반이 잡히면 남편을 아래로 본다.

부인은 남편이 잘되면 무조건 좋아하나, 남편은 부인이 잘되면 내심 두려워한다.

여유가 있으면 소인이라도 기세등등하나, 여유가 없으면 대인이라도 의기소침하다.

답답하면 소인배에게도 고개가 숙여지지만, 이해관계가 없으면 호걸이라도 대수롭잖다.

득세하면 귀찮게 하는 인간이 생겨나지만, 몰락하면 서운하게 하는 인간이 생겨난다.

타면 종 부리고 싶다고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아름다운 꿈까지 꿈꾼다.

과공비례(過恭非禮)라 하여 너무 공대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며, 친절이야 좋다 해도 너무 친절한 것도 부담이 된다.

노임을 주는 사람은 아깝다는 생각을 하기 쉽고, 노임을 받는 사람은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어떤 경우라도 앞서가는 자가 뒤따르는 자보다 마음의 부담은 더 느끼기 마련이다.

우등생은 제 자리 지키기에 고달프지만, 열등생은 열등감으로 주야로 피곤하다.  
불명예 속에 사는 것도 괴로운 일이지만, 명예를 지키며 사는 것도 고달픈 일이다.

벼슬자리에 불러주면 군자라도 좋아하지만, 벼슬자리에서 나가라면 형제라도 싫어한다. 인사권자의 어려움이 여기에 있다.

가까워도 벼슬을 하게 되면 대하기가 어려우나, 멀다 해도 벼슬에서 물러나면 대하기가 수월하다.

필요하면 부러움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나, 필요 없으면 귀찮게 여기는 것이 인간의 심사이다.

비올 때 요긴하던 우산의 존재도 날이 개면 되레 거추장스러운 법이다. 자고로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 하여 인간이 인간을 부려먹는 것도 이와 같다.

흔하디흔한 물도 귀하면 아낄 수밖에 없지만, 귀하디귀한 돈도 흔하면 헤프기 마련이다.

굳이 이기고 싶더라도 지는듯하면 마음이 편안하고, 더 먹고 싶을지라도 속을 비워두면 뱃속이 편안하다.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다보면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모면하고 싶은 것이 절박할 때 갖기 쉬운 인간의 심사이다.

건강 잃고 약할 때는 평생 절제하고 겸허할 듯싶다가도 회복해 살만하다 싶어지면 또다시 방종하고 거들먹거리기 십상인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자유를 잃기 전까지는 자유의 소중함을 모르고, 건강을 잃기 전까지는 건강의 고마움을 모른다.

화가 나면 죄 없는 우물에 침을 뱉기도 하지만, 답답하면 우물에 뱉은 침을 거둬내야 한다.

자아도취의 환상적 미몽을 헤매기는 쉽지만, 자기성찰의 보편성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심신이 즐거우면 노는 자리만 찾고 싶지만, 심신이 고달프면 누울 자리만 찾고 싶다.

팔자를 고친다 해도 일과 공부는 하기 싫고, 내일 죽는다 해도 술 담배는 끊기 어렵다.

인간은 다가서면 물러서고 물러서면 다가서는 이율배반적 이중 심리구조를 지닌다.

남의 단점 들추는 것은 어렵지 않을지라도 자기 단점 숨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남의 허물 지적하기는 어렵지 않을지라도 자기 허물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논란을 일삼는 것이야 어렵지 않을지라도,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허물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나을 때도 있고, 허물을 덮고 넘어가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허물을 짚고 넘어가는 것은 질책이지만, 허물을 덮고 넘어가는 것은 아량이다. 

좋은 것을 가려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덜 좋은 것을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무대 아래서 주인공 비판하기란 어렵지 않을지라도 무대에 올라가 스스로 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돋보이는 화려한 무대를 마다할 사람이야 없겠지만, 어설프게 무대에 올랐다간 씻지 못할 낙인이 되기 쉽다.

헤어져 있으면 그립지만 만나고 보면 시들하며, 소식이 뜸하면 궁금하나 소식이 잦으면 번거롭다.

안 다니던 길도 다니면 길이 생기기기 마련이나, 다니던 길도 안 다니면 길이 없어지는 법이다. 인간관계도 이러하다.

가깝다 해도 자주 보면 번거롭기 마련이나, 가깝다 해도 오래 안 보면 멀어지는 법이다.

너무 오랫동안 안 보면 멀어지기 십상이나, 시도 없이 자주 봐도 시들해지는 법이다. 오래 떨어졌다 틈 생기는 일은 다반사이거니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부부가 자주 다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주 보면 시들해도 정은 들기 마련이나, 안 보면 그립긴 해도 멀어지기 십상이다.

발길이 너무 뜸하면 소원하기 십상이나, 발길이 너무 잦으면 대접을 받기 어렵다.

가까워 보여도 미운 사람은 있을 수 있고, 멀어 보여도 좋은 사람은 있을 수 있다.

인간은 시간과 장소 등 여건과 분위기에 따라 엄청난 심리적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불빛에 따라 모습이 달라 보일 수도 있고, 분위기에 따라 미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막걸리를 사발에 부어 마시고 맥주를 유리잔에 따라 마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뜻한 봄에는 겨울옷이 더운 느낌을 주지만, 선선한 가을에는 여름옷이 추운 느낌을 준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 하여 먹을 가까이 하는 자는 검은 물이 튀기 쉽고,

근주자적(近舟者赤)이라 하여 붉은 것을 가까이 하면 붉은 물이 들기 쉽다.

어울릴 땐 어울리고 갈 곳이야 가야할지라도 교분의 대상과 환경의 선택은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을 가려서는 안 된다 하면서도 악인을 가리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은 혼탁한 것일수록 물들기 쉬운 만고불변의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찮다 해도 비행을 흉내 내면 부덕이 물들기 쉽지만, 사소할지라도 모범을 답습하면 교양을 본받기 쉽다.

사람은 첫 대면의 첫인상과 헤어질 때의 마지막 모습을 강하게 인식하는 속성이 있다.

사람은 알기 전에 환상을 갖고, 알아지며 환희를 느끼다가, 알고 난 후 실망감을 가지며, 나중엔 환멸까지 느낀다.

유혹을 하는 데는 달콤한 미끼가 필요하고, 부탁을 하는 데는 합당한 명분이 필요하다.

작은 고마움을 모르면 큰 고마움도 모르고, 작은 소중함을 모르면 큰 소중함도 모른다.

고마움을 모르고 시쁘게 여기는 악습만큼은 황금덩어리를 준다 해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귀여우면 미운 짓을 해도 덜 밉기 마련이나, 미운 것이 미운 짓을 하면 더 밉게 느껴진다.

미인이라면 찡그린다 해도 밉지 않지만. 박색이라면 윙크를 한다 해도 달갑잖다.

모범생은 실수를 한다 해도 묻히기 쉽지만, 열등생은 하찮은 일까지 책을 잡히기 쉽다.

구습에 억매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치 못하면 평생을 가도 발전의 기회를 잡기 어렵다.

노련할지라도 완벽하면 거리감이 생기지만, 미숙할지라도 순수하면 친근감이 느껴진다.

원한이야 수 십 곱절로 갚고 싶을지라도 은공만은 본전 갚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현명할지라도 마음이 약하면 손해를 보기 쉽지만, 미련할지라도 마음만 모질면 손해 볼 일은 없다.

시골 사람이라도 도시생활을 하다 보면 촌티를 벗기 쉽지만, 도시 사람이라도 농촌생활을 하다 보면 촌티가 나기 쉽다.

서생이라도 힘든 일을 하면 고봉밥을 먹어야 하나, 일꾼이라도 놀고만 지내면 밥그릇이 작아진다.

프랑스 혁명을 자초했거니와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한 루이 16세는 “나는 10년 전부터 이미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라고 고백했다 한다. 불행의 예감이야 어느 정도 짐작이 가면서도 결코 믿고 싶지 않은 것이 불행이라는 이름의 속성이다.

호걸이라도 물건을 살 땐 가격을 깎으려 하고, 소인배라도 제 돈을 쓸 땐 호기를 부리려 한다.

사람은 숫자 단위에 민감하기 마련이다. 9899는 별 차이가 없다고 여기기 쉽지만, 99100은 꽤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여기기 쉽다.

누구나 적게 주다가 늘려주는 것은 좋아 하나, 누구나 많이 주다가 줄여주는 것은 싫어한다

기록은 사람에 의해 쓰여 진 것임에도 기록을 너무 과신하는 속성이 있다. 신문이나 잡지의 기사 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성경이나 동의보감 같은 고전이라면 절대 과신한다.

을 자처하는 사람이 곰이기를 바라는 사람도 없거니와 바보를 자처하는 사람이 바보이기를 바라는 사람도 없다. 다만 주변의 인정을 받고 싶을 뿐이다.

 

2009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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